어릴 땐 몰랐어요.
왜 어떤 영화는 시간이 지나고, 나이가 들수록 더 마음에 박히는지.
굿 윌 헌팅은 그런 영화예요.
처음 봤을 땐 그냥 똑똑한 청년이 나오는 감동적인 이야기 정도로 생각했는데,
부모가 되고 나서 다시 보니… 전혀 다른 영화더라고요.
특히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서,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
이 영화를 함께 보고 얘기 나눠보는 걸 꼭 추천하고 싶어요.
이야기 하나, 대사 하나가
부모와 자녀 사이에 놓여 있던 묵묵한 벽을 조금씩 허물어주니까요.
감정 - “괜찮아, 네 잘못이 아니야.”
윌은 천재지만, 세상에 마음을 닫고 사는 청년이죠.
겉으론 자신만만하고 냉소적인데, 알고 보면 누구보다 상처가 많아요.
어릴 적 학대, 사랑받지 못한 기억, 버려졌다는 감정.
그래서 누가 다가오면 더 먼저 밀쳐내고 봐요.
익숙하거든요. 거절당하는 게.
그런 윌에게 션(로빈 윌리엄스)은 말하죠.
“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(It’s not your fault).”
처음엔 듣는 척도 안 하던 윌이,
그 말을 반복해서 듣는 순간 결국 무너져내립니다.
그 장면, 저도 같이 울었어요.
이해했거든요.
그 말이 필요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를.
우리 아이들도 마찬가지 아닐까요.
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, 속으론 상처가 있고
누군가의 ‘괜찮아’라는 말 하나에 무너질 만큼 외로운 순간들이 있잖아요.
그걸 먼저 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,
우린 종종 아이들이 괜찮을 거라 착각하죠.
대화 - “왜 아무 말 안 했어?”
영화를 다 보고 나서 아이한테 물었어요.
“너는 왜 윌이 그렇게 행동했다고 생각해?”
처음엔 그냥 ‘몰라’라고 하더니,
조금 있다가 이렇게 말하더라고요.
“그냥… 다칠까 봐 미리 포기한 거 아닐까?”
그 한마디에, 갑자기 말문이 턱 막혔어요.
생각보다 깊이 보고 있었구나 싶었고,
아이도 자신만의 감정 해석을 하고 있었구나 싶었어요.
평소엔 잘 하지 못하던 이야기들이
이 영화 덕분에 자연스럽게 흘러나왔어요.
‘상처’, ‘용기’, ‘믿음’ 같은 단어들이요.
생각해보면, 우리가 가족이면서도
이런 이야기는 잘 안 하잖아요.
말하지 않아도 알 거라고,
가족이니까 괜찮을 거라고.
근데, 정말은 말해야 아는 거고
가족이니까 더 얘기해야 하는 거더라고요.
관계 - 완벽하진 않아도 괜찮아
윌은 결국 변화합니다.
사랑을 믿게 되고,
어른을 신뢰하게 되고,
자신이 무너져도 괜찮다는 걸 받아들이게 되죠.
그 중심에는 션이 있었어요.
비난하지 않고, 재촉하지 않고,
그저 곁에 있어준 어른.
사실 부모가 된다는 건
아이 인생에 그런 어른이 되어주는 거 아닐까요.
뭔가를 가르치고 이끌기보다
필요할 때 곁에 있어주는 존재.
영화를 보고 나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.
완벽한 부모가 되려 애쓰지 말고,
그저 믿어주는 어른이 되자.
그리고 말해주자.
"네가 어떤 모습이어도, 나는 여기 있어."라고.
결론
굿 윌 헌팅은 단순히 ‘천재 이야기’가 아니에요.
그보다 훨씬 더 깊고, 더 진심 가득한 이야기입니다.
아이와 함께 봤을 때 더 많은 걸 느낄 수 있고,
대화로 이어질 수 있는 힘이 있어요.
이번 주말, 조용한 저녁에 아이와 이 영화 한 편 어떠세요?
꼭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,
영화 한 편으로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될 거예요.